설피는 눈 쌓인 한겨울에 발이 눈에 빠지지 않도록 신위에 덧신는 신발을 말한다. (풍경소리가 위치한곳임)
설피마을이라는 이름은 설피를 삼는 나무를 경작하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해 되었다고 전해진다. 설피를 키울 정도라면 분명 눈이 많은 산간 지역일 테고 그것만으로도 벌써 오지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에 자리 잡은 설피마을은 역시 눈이 많은 강원도 산간지방의 마을이다.
진동1리에서 70리나 되는 계곡을 오르면 점봉산 자락 밑에 설피마을이 나타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진동 2리에 속하는 고랭지 마을로 강원도 지방의 대표적인 작물인 감자와 옥수수를 재배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살고 있다.
설피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세군 데로 나뉜다. 양양군 오색초등학교 앞 개울을 건너 계곡을 10리 쯤 거슬러 올라가면 단목령이 나오는데 이곳을 넘어가면 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 또는 인제군 기린면 진동 1리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방법이 있고 양양군 서림에서 조침령을 넘어가도 마을에 다다를 수 있다.
이중 가장 빠르고 길 찾기도 쉬운 방법이 단목령을 넘어가는 것이다.
오색초등학교에서 단목령까지 1시간 30분이 걸리고 다시 단목령에서 설피마을까지도 족히 2시간이나 걸린다. 그야말로 지극한 정성이 없다면 엄두도 낼 수 없을만큼 먼 거리를 찾아들어가야 하는 마을이다. 설피마을이라고는 하지만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얼핏 마을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집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20리에 걸쳐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색에서 단목령점봉산설피밭진동계곡에 이르는 약 1백리 길을 등산코스로도 환상적이다. 철마다 다투어 피어나는 들꽃과 우거진 나무, 맑은 계곡물 등이 어우러져 도심의 숲이나 산에서는 맛볼 수 없는 천연의 참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눈에 열이 많다고 해서 열목어라 불리는 천연기념물 어족도 설피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깨끗하고 차가운 물에서만 사는 냉수어족인 열목어가 서식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공해와는 거리가 먼 설피마을의 청정한 자연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